[인터뷰]차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 종양내과 문용화 교수

[청년의사 신문 이정수] 유방암은 호르몬 수용체에 대한 항호르몬 치료와 HER2 수용체에 대한 표적치료가 가능해지면서 조기 치료 시 5년 상대 생존율이 약 90%를 상회할 만큼 치료 예후가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호르몬 수용체와 HER2 유전자가 모두 음성으로 나타나는 삼중음성유방암은 비특이적 세포독성항암제만 표준 치료법으로 사용 가능해 치료 예후가 불량하고 상대 생존율이 낮다. 이에 국내 의료진은 로슈의 혈관내피 성장인자(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 표적항암제 ‘아바스틴’(성분명 베바시주맙) 등 종양세포의 신생혈관을 억제하는 치료를 병행함으로써 기존 표준치료법에 비해 유방암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대안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에 대한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임상현장에서의 적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차의과대학교 분당차병원 종양내과 문용화 교수(사진)를 만나 삼중음성유방암의 치료 예후를 높일 수 있는 방안과 아바스틴의 유용성에 대해 들어봤다.


- ‘삼중음성유방암’이 뒤늦게 조명을 받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 유방암은 크게 호르몬수용체 양성 유방암, HER-2유전자 양성 유방암, 호르몬 수용체와 HER-2 유전자가 모두 음성인 삼중음성유방암으로 나뉘는데, 이 중에서도 호르몬 수용체 양성이거나 HER-2유전자 양성인 경우에는 그간 약물요법에 많은 발전이 이뤄졌고 전체생존기간도 4~5년에 가까운 수준으로 연장될 것이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삼중음성유방암은 2가지 아형의 유방암에 비해 그 동안 약물요법의 발전이 없었다.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아형과 달리 표적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인데, 현재로선 치료예후가 좋지 않고 1~2년 정도의 생존기간을 갖고 있다. 그렇다보니 최근에 들어서는 삼중음성유방암이 유방암 연구 분야에 있어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부분이다.

- 삼중음성유방암 치료의 특징은.

삼중음성유방암은 국내에서 비교적 젊은 연령대에 발병하고 생물학적으로 다른 아형보다 더 공격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암세포의 분열속도가 굉장히 빠르기 때문에 전이도 더 빠르고 수술 후 재발률 역시 높다. 암세포는 분열속도가 빠를수록 항암제에도 빠르게 반응하는데, 이 때문에 치료 초기에는 항암제 효과가 좋은 것처럼 암세포의 크기가 줄어들지만, 재발시기도 그만큼 빨라 궁극적으로는 치료 예후가 좋지 않다.

또 현재 삼중음성유방암에 사용되는 세포독성항암제는 여러 번 쓰다보면 독성이 누적돼 골수 억제, 신경 독성, 구역질, 구토 등이 단기적으로 발생한다. 체내의 모든 세포들이 항암제의 영향을 받아 나타나기 때문인데, 환자들이 상당히 힘들어한다. 완치가 보장된다면 감당할 수 있겠지만 사실 4기 유방암의 완치는 쉽지 않다.

- 때문에 표적항암제인 ‘아바스틴’이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인가.

그렇다. 아바스틴은 개발된 지 오래된 치료제지만, 유방암에서 한 번 열풍이 불었던 표적항암제다. 표준항암요법의 경우 환자의 무진행생존기간은 5~6개월 정도인데, 여기에 아바스틴을 추가하면 무진행생존기간이 두 배 정도 향상되는 것으로 임상시험 결과 입증됐다. 또 암 세포가 줄어드는 비율도 아바스틴 병용군에서 더 높았다. 문제는 반응률은 높았으나 전체생존기간의 연장으로는 이어지진 않았다는 점인데, 이 때문에 미국에서도 2008년 허가 승인됐었다가 2011년 다시 승인이 취소됐다. 분명 암 세포의 크기가 줄어들고 무진행생존기간도 두 배 이상 증가하는데 왜 전체생존기간의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았는가에 대해선 많은 논란이 있었다.

여기서 생각해야 할 것은 유방암의 특징이다. 유방암은 폐암 등 다른 암종에 비해 비교적 진행이 느리고 생존기간은 긴 편에 속한다. 폐암은 생존기간이 12개월 미만으로 짧기 때문에 처음 선택한 약제가 전체생존기간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1차나 2차요법에서 끝나지만, 유방암은 치료를 할 수 있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다. 그렇다보니 1차요법 이후에 사용되는 약제가 많은데, 특정 약제가 통제되지 않는 상태에서 전체생존기간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느냐가 지적되고 있다. 때문에 치료제의 효과를 보려면 전체생존기간보다는 그 치료제로 인해 증가한 기간만을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 허가 승인을 취소한 이후에도 아직까지 아바스틴을 쓰는 의료진이 많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진행돼야 할 부분이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보험급여 문제로 많이 사용되지 않고 있다.

- 개인적으로는 아바스틴이 필요하다고 보나.

아직 보험급여 적용이 안 되지만, 가능하다면 아바스틴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그렇다면 보험급여 필요성은.

삼중음성유방암에 한해서는 보험급여가 필요할 것 같다. 국내 유방암 환자가 1년에 1만6,000명 정도 발생한다고 가정하면, 20%인 3,200명 정도가 삼중음성유방암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유방암 환자에서 전이가 발생하지는 않기 때문에, 1,000명에서 1,500명 가량이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 환자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정도 환자들에 대해서는 보험급여가 됐으면 좋겠다. 아바스틴은 종양 감소 효과가 큰 약제이니만큼, 증상이 심하고 종양 부담이 큰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개인적인 의견만이 아니다. 미 FDA에서는 아바스틴의 허가 승인을 취소했지만, ASCO(American Society of Clinical Oncology) 가이드라인에서는 삼중음성유방암이 공격적인 형태를 보이기 때문에 종양의 빠른 크기 감소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기존항암화학요법과 아바스틴 병용요법을 권장하고 있다. 보험급여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환자에게 권하기란 쉽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를 하더라도 보험급여가 되지 않으면 허가가 안 된 것과 다름없다. 허셉틴의 경우도 보험급여 적용 이전에는 효과를 알면서도 사용할 수 없어 힘들었다. 진정한 치료제 사용은 보험급여가 돼야 가능하다.

- 삼중음성유방암도 세분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바스틴이 더 효과적일 수 있는 유형도 밝혀졌나.

삼중음성유방암은 임상적 분류법으로 에스트로겐 수용체,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HER-2 수용체 등 3가지 수용체가 모두 음성인 유방암을 말한다. 이와 달리 분자 레벨에 따라 세분화하는 방법도 있다. 50개 유전자로 분류하는 ‘PAM50’라는 진단법이 있는데, 이를 통해 삼중음성유방암 환자의 유전자 검사를 진행한 후 유전자를 Luminal A, Luminal B, basal-like 등 다섯 개 정도의 아형으로 다시 나누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아형마다 어떠한 치료 경로로 어떤 표적항암제가 환자에게 더 도움이 될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최근 유방암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주목되는 이슈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최근 연구분야의 화두 중 하나가 바이오마커를 찾는 것인데, 아바스틴도 이와 마찬가지로 치료 경로를 확인하기 위한 바이오마커를 발굴하게 된다면 삼중음성유방암에 효과가 있는 일부 집단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아바스틴은 예측 바이오마커에 대해 많은 연구들이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바이오마커가 발견되지 않았다. 요즘 개발되는 표적치료제의 경우 반드시 동반진단키트(Companion Diagnostics, CDx)를 함께 제시해야 허가 승인이 이뤄지는데, 아바스틴은 출시된 지 오래된 약제라서 동반진단키트 없이도 허가를 받은 사례이기도 하다.

-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 등 약물요법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 이들 약제와의 병용요법에 대한 기대는.

최근에는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PD-1, PD-L1 등 면역체크포인트 억제제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로 보면 거의 대부분의 암종에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고, PD-1의 경우에는 삼중음성유방암을 포함해 12개 암종에 효과가 있다고 Nature Reviews에도 나왔었다. PD-1은 전이성 유방암의 다른 아형에 비해 삼중음성유방암에서 비교적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 로슈에서도 항PD-1 면역항암제와 아바스틴의 병용요법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에 있는데, 긍정적인 연구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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