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란 교수 / 가톨릭의대

얼마 전 40대 여성 환자 A씨가 내원했다. 월경 때마다 출혈량이 너무 많고 부정기적인 출혈이 있어 다니던 병원에 갔더니 큰 자궁근종이 여러 개 있다며 근종 절제술 또는 자궁 절제 수술을 권유 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A씨는 되도록 수술을 피하고 싶어했기에 다른 치료방법을 찾아왔다고 했다. 흔한 여성 질환인 자궁근종의 근본적 치료 방법은 근종 또는 자궁을 절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수술은 환자에게 부담스러울 수 있고 회복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경구 피임약, 프로게스틴, 생식샘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작용제(GnRH agonist) 등의 약물 치료도 가능하나, 근종의 부피 감소 및 증상 개선 효과를 모두 갖고 있고 투여 종료 후에도 그 효과가 유지되는 약물은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새로운 자궁 근종 치료제 UPA
최근 세계 최초의 SPRM(Selective progesterone receptor modulator)계 경구용 자궁근종 치료제인 울리프리스탈 아세테이트(Ulipristal acetate, UPA)가 개발돼 자궁근종 약물 치료의 지평을 넓혔다. 프로게스테론은 여성 호르몬 중 항증식성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으나, 유방 및 자궁근종에서는 성장인자로 작용한다. SPRM은 프로게스테론 수용체(PR)에 결합해 전사를 활성화시키거나 억제해 조직 특이적 조절 작용을 나타내는 약물이다. UPA는 뇌하수체의 PR에 결합해 FSH와 LH 분비를 감소시켜 배란을 억제한다. 또한 근종세포의 PR에 직접 작용해 세포증식 억제 및 세포 사멸을 유도해 근종의 크기를 감소시키지만 정상적인 자궁근육 세포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외에도 신속하게 출혈을 억제하고 자궁내막 조직에 가역적인 PAEC(Progesterone-receptor modulator-associated endometrial changes)를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UPA의 안전성과 유효성
자궁근종 치료제로서 UPA의 효능과 안전성은 여러 임상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PEARL I 임상 연구에서, 자궁근종 환자에게 UPA를 1일 1회 1정씩 3개월간 투여한 결과, 위약 대비 90% 이상의 환자에서 신속하게 출혈이 중단됐다. 아울러 MRI 검사 결과 근종의 크기가 유의하게 감소됐다(NEJM 2012; 366:409-20). UPA의 효능과 안전성을 GnRH agonist와 직접 비교한 PEARL II 연구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NEJM 2012; 366:421-32). GnRH agonist인 leuprolide acetate(LA)는 근종의 부피 감소, 증상 개선에 모두 효과적인 약물이다. 반면, 에스트로겐 감소에 따른 폐경기 부작용을 유발하고 골밀도를 감소시키며, 투약 종료 후에는 줄어든 근종의 부피가 다시 커지는 단점이 있다. 과다출혈 증상이 있는 자궁근종 환자 307명에게 UPA 5mg 또는 10mg을 3개월간 투여하거나 LA 3.75mg을 한 달에 한 번 3개월간 근육 주사한 결과, UPA는 LA에 비해 더 신속하게 출혈을 정상화시켰다(7일 vs. 30일). 또한 UPA 투여군은 대부분 생리 후 무월경 상태를 유지했지만, LA군은 flare up effect 때문에 월경 후 3주 동안 출혈이 지속됐다. 출혈이 조절된 환자의 비율 및 치료 시작 3개월 후 근종 크기의 감소 비율에는 두 약물 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약물 투여가 종료된 후 근종 크기의 변화를 관찰한 결과, UPA 투여군은 줄어든 근종 크기가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유지됐으나, LA 투여군은 투여 종료 직후부터 반동 현상으로 근종이 다시 커지기 시작했다(그림).


▲ [그림] UPA(이니시아(R))와 Leuprolide 투약 종료후근종의크기변화

아울러, UPA 투여군은 일반적으로 치료 종료 후 한 달 이내에 정상적인 생리주기가 회복됐다. UPA와 LA의 큰 차이점은, UPA는 에스트라디올 분비를 감소시키지 않는 반면 LA는 에스트라디올을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이는 환자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 안면 홍조 발생률의 차이를 가져온다. UPA 투여군의 안면 홍조 발생률은 LA 투여군보다 유의하게 낮았다(11%, 10% vs. 40%). 또한 골대사의 지표 중 하나인 CTX(type I collagen C-telopeptide)의 농도는 leuprolide 투여군에서 유의하게 높았는데, 이는 골 흡수율을 높여 골 손실을 야기하는 LA에 비해 UPA는 골밀도 저하 위험으로부터 안전함을 시사한다.

UPA의 장기 효과
UPA의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한 PEARL I, II 연구 결과를 근거로 UPA 5mg은 유럽에서 2012년, 국내에서는 2013년에 자궁근종 치료제로 허가됐다. 그러나 3개월이라는 짧은 투약기간이 한계로 지적돼 장기적인 효과와 안전성을 살펴보기 위해 PEARL III 연구가 수행됐다(Fertil Steril 2014, 101(6):1565-73). PEARL III 연구에서는 증상이 있는 자궁근종 환자 209명에게 UPA 10mg을 3개월을 주기로 총 4주기까지 투여했다. 연구 결과, 무월경에 도달한 비율은 첫 주기에 79.5%로, 기존의 연구 결과와 일관된 결과를 보여주었으며, 두 번째에서 네 번째 주기까지 무월경 비율은 높은 수준으로 계속 유지됐다. 주기를 반복할수록 무월경에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 및 근종의 부피가 계속 감소했다. 부작용은 경미한 수준이었으며 주기를 반복함에 따라 발생률이 증가하지 않았다. 이와 같이 UPA의 장기 투여 시의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됐기에, 현재 UPA는 3개월씩 2주기까지 투여할 수 있도록 허가돼 있다. 최근 UPA 5mg을 3개월씩 2주기 투여한 PEARL IV 연구의 중간 결과가 발표됐는데, 이 역시 UPA의 효능과 안전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결론
자궁근종의 주요 치료법은 주로 수술이었으나, 최근 개발된 UPA는 자궁근종의 1차 치료제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PEARL I, II, III의 저자인 Jacques Donnez 교수는 새로운 자궁근종 치료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Fertil Steril 2014, 102(3):640-8). 이 가이드라인에서는 class 2~5의 근종이 2개 이상, 증상이 있으며 출산 계획이 없는 환자의 경우 UPA를 먼저 3개월씩 2주기 투여하도록 권고한다.

A씨에게 UPA(이니시아)를 3개월간 투여한 결과, 과다 출혈과 부정 출혈이 현저히 줄었고 빈혈이 개선됐으며 근종의 크기도 감소했다. 수술하지 않고 먹는 약을 통해 증상이 좋아졌다는 점에서 A씨의 만족도도 높았다. 현재 휴약 중이며 앞으로 3개월을 더 투여한 후 경과를 관찰할 계획이다. UPA 역시 자궁근종을 완전히 없앨 수 있는 약은 아니므로 약물 치료를 통해 증상을 개선시키고 자궁근종의 크기를 줄인 후 향후 치료 방법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경과 관찰을 통해 담당 의사와 협의해야 할 것이다. UPA는 자궁근종 환자의 증상 조절 및 치료를 위한 1차 선택제로, 3개월~6개월 투여 후 반응에 따라 수술을 하거나 장기 관찰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다. 보다 많은 자궁근종 환자들이 경구 제제인 UPA로 보다 편하고 안전하게 치료해, 치료 결과와 환자 만족도 모두 향상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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